[신충우 X파일 47]

성장 분배이론 양대 거두 설전

성장과 분배중 어느 정책이 우리의 경제현실에 맞는가?

한국 경제학계의 양대 산맥인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가 12월 17일 한자리에서 특강대결을 펼쳤다.

남 전 총리와 변 교수는 각각 성장주의와 분배주의 이론을 표방하는 `서강학파 `와 `학현학파`의 거두다.

두 사람은 이날 국회 연구단체인 `시장경제와 사회안전망 포럼`(대표 열린우리 당 정덕구 의원) 주최의 특별강연회에 나란히 참석해 각각 `한국경제의 기본과 제와 경기대책` `시장경제는 만능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남 전 총리는 성장론의 대가답게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따끔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남 전 총리는 "현 정권은 개혁의 이름으로 정부 개입과 규제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며 "정부가 민간활동에 불합리한 간섭과 규제를 강요하면 역작용이 생긴 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많은 위원회가 수많은 로드맵을 생산하고 있는데 정부가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고 하면 아무 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남 전 총리는 그러나 "경기부양과 우리 경제의 기본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확대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정부의 뉴딜정책에 `공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방법에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충남 공주와 연기를 행정도시로 만드는 것이 발전전략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행정수도 예정지 2160만평을 토지개발공사가 토지채권을 발행하여 전량 매입한 후 기업도시로 개발하면 충청도와 나라가 다같이 발전할 뿐 아니라 수도권 인구 분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 전 부총리는 연설 말미에 "집권 실세 중 누군가가 `1인당 소득이 1만달러라도 고르게 나누면 국민 모두가 보다 화락하게 살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는 데, 경제는 자전거와 같아서 구르지 않으면 쓰러지고 따라서 성장책을 쓰지 않으면 1만달러 소득 자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분배론의 대가인 변 교수는 `시장주의가 만능은 아니다`는 주장을 견지하며 보다 적극적인 분배정책을 주문했다.

변 교수는 "하도 시장경제 시장경제 하니까 속이 상한다"며 "시장주의는 결코 만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로만 가면 소득분배 악화로 이어지고 그 산물은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실업문제도 같은 맥락인 만큼 이러한 시장경제의 현황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안전망 확충이 가장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변 교수는 고성장 신드롬에 대해서도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저성장도 괜찮다.

1980년대 마이너스 성장이 되면 다 죽는 줄 알았지만 실제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도 죽지 않았다"며 "이런 경험을 했는데도 자꾸 성장만 고집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쟁력이 강한 북유럽 4개국도 성장률 절대수치는 우리보다 낮다.

꼭 고성장이 아니어도 1인당 국민소득(GNP)이 플러스가 되면 그것이 성장" 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연말 개각의 최대 관심사였던 이헌재 경제팀의 거취가 유임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같은 의지가 제대로 실천되려면 현 경제팀 을 단순히 유임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힘을 실어주는 것' 이 더 중요하 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지난 7월 여당 386과의 갈등이나 최근 3주택 중과세 문제를 놓고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과 빚었던 사태가 다시 발생한다면 이헌재 경제팀에 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반면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은 12월 1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언론인 초청 국정과 제 간담회'에서 "앞으로 '분배'란 말조차 꺼내지말라"고 한 조순 전 총리의 충 고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분배'란 말을 줄이면서 위원회 를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분배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만 겉으로 드러내는 일은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세나 매매가 급감해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위 원장은 "거래가 지난해의 70%로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나 작년 거래량이 200 2년에 비해 50%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예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큰 틀에서 보면 10ㆍ29대책의 방향이 옳고 긴요하며 지엽적인 문제들 은 재경부가 면밀히 검토해 탄력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도 그는 또 "명분과 타당성이 있으므로 반대를 극복하고 통과될 것"이라며 "거래세를 낮추기 위해서도 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을 위한 일련의 정책들이 오히려 서민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 해서 그는 "정책 때문이 아니라 카드 거품과 부동산 거품이 사라지기 때문"이 라며 "고통은 아프지만 참고 기다려야 한다"며 기존의 견해를 다시 밝혔다.

대우종기 매각 과정에서 제기됐던 '차입형 우리사주제'에 대해 이 위원장은 " 현재 노동부에서 도입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안에 실현될 것이다"며 " 이것이 되면 한국 실정에 맞는 우리사주 모델이 나올 것"이라며 적극적인 지지 의 뜻을 밝혔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와 그 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호를 딴 ‘학현(學峴)학파’의 수장으로, 고도 성장의 그늘에 가린 빈곤계층의 삶을 대변하며, 소득분배 개선에 주력해왔다. 변 교수의 경제철학에 공감했던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제자 교수들의 연구모임이 학현학파의 모체가 됐다. 학현학파 소속 교수들은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정부에 참여, 성장 일변도였던 국내 경제정책의 기조를 ‘성장과 분배의 조화’로 바꾸는 데 기여했다. 김태동 금통위원(전 청와대경제수석), 이진순 숭실대 교수(전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이정우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 김대환 노동부장관,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학현사단으로 분류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그 학파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1969년부터 78년까지 재무부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고도 성장을 이끈 경제관료다. 그는 같은 서강대 교수 출신인 이승윤 전 부총리, 김만제 전 부총리 등과 함께 경제학계에서 성장주의를 대표하는 ‘서강학파’로 불린다. 서강학파는 ‘선(先) 성장 후(後) 분배’ ‘수출기업 집중 지원’ 등을 통해 고도 성장 신화에 기여했지만, 무차별적 자유방임주의 정책으로 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가 정통 서강학파의 막내격이고, 서강대 남성일·김경환 교수 등도 ‘범서강학파’로 분류된다.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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