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우 파일 237]

달래강 상류의 인경산 기슭 양골앞 하천(미원천)에는 구름처럼 섶다리가 놓여 있었다. 중학시절 이 다리를 건너 학교에 다녔다. 장마 때는 홍수로 섶다리가 떠나려가 아침부터 옷을 벗고 가방과 옷을 머리에 이고 내를 건너야 하는 곤욕을 치뤘다. 그러나 농촌에 현대화바람이 불면서 하천이 정비되고 철근 콘크리트다리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섶다리의 흔적이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가끔 용인 민속촌에 들려섶다리의추억을 더듬는다.

섶다리란 개천에 Y자형 나무로 다릿발을 세우고 위에 솔가지 등을 깔고 흙을 덮어 만드는 다리를 말한다. 섶다리는 도랑이나 작은 개울보다는 규모가 큰 하천에 주로 놓았다. 섶은 잎이 있는 나무나 풋나무, 물거리 따위의 땔나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다리를 놓을 때 유용하게 쓰였다. 섶다리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면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만든다. 섶다리는 이듬해 봄까지 이용하며 여름 장마가 시작되면 떠내려가는 임시 다리의 성격이 있다. 주로 Y자 모양의 참나무나 밤나무를 거꾸로 세워 다릿발을 세우고 길이가 곧고 긴 낙엽송을 연결해 상판을 만든 후 솔가지를 깔고 위에 흙이나 뗏장을 엎어 다리를 만든다. 주로 사람들이 이용하며 더러는 짐승들이 지나기도 한다. 나무를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신축성이 있어 흔들거리기도 하며 봄이 되면 군데군데 구멍이 나기도 하였다. 여름이 되고 장마가 시작되면 개울물이 불어나고 나무와 섶을 이용해 만들었던 다리는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게 된다. 간혹 한두 개의 다릿발이 남아 가을에 새로이 다리를 놓을 때까지 남아 있기도 한다.

섶다리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찐빵마을과 영월군 주천면의 다리가 유명하다. 일명 ‘찐빵마을’로 불리는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안흥리에는 길이 약 30m 남짓한 섶다리가 있다. 주천강을 가로질러 있으며 옆에는 징검다리도 놓여 있다. 강원 영월군 주천면의 쌍섶다리는 1km 가량의 간격을 두고 2개의 섶다리가 나란히 있다. 숙종 때 강원감찰사 일행이 왕명에 따라 단종이 묻힌 장릉을 참배해야 했는데 많은 일행이 하나의 섶다리로는 주천강을 건너기가 어렵자 주천리와 신일리 주민들에게 경쟁을 시켜 2개의 섶다리를 놓은 데서 유래됐다. 이것은 민속놀이인 ‘쌍섶다리민요’로 전승돼 오고 있다.

현대의 교량은 대부분 철근 콘크리트나 철골로 만들어지고 차량 통행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예전에는 자연석을 이용한 징검다리나 나무를 이용한 섶다리가 대부분이었다. 징검다리는 개울이나 물이 괸 곳에 주로 커다란 자연석을 이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놓아 사람들이 건너다닐 수 있도록 한 구조물을 말한다. 충북 진천에 있는 농다리가 징검다리의 대명사격이다. 중부고속도로 증평나들목과진천나들목 사이에 소재, 상행시 운전 중에 보인다.충북유형문화재 제28호로 100m가 넘는 길이였다고 하나 지금은 길이 93.6m, 너비 3.6m, 두께 1.2m, 교각 사이의 폭 80㎝. 작은 낙석으로 다리를 쌓은 방법이나 다리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축조한 기술이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에 속한다. 30×40㎝ 크기의 사력암질 자석(紫石)을 물고기 비늘처럼 쌓아 만들었으나 장마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한재>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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