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우 IT칼럼-12]

윈도XP, 쪽박인가

- IT 사상연구가-

요즘 IT분야의 화두는 원도XP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로운 PC용 운영체제로 윈도XP를 지난달 26일 전세계에 출시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은 "윈도XP 출시로 우리는 컴퓨터 이용에서 새로운 장에 들어서게 됐다"며 "이 제품은 사용자에게 디지털 세계가 주는 최고의 기쁨을 누리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윈도XP는 어떤 제품인가. 지금까지 윈도 제품들은 크게 두 가지 계열로 개발돼 왔다. 윈도98 →윈도ME로 이어지는 개인용과 윈도NT→윈도2000으로 이어지는 기업용이 그것. 윈도XP는 이 두 가지 계열이 하나로 통합되는 첫번째 버전이다. 엄밀히 말하면 윈도2000의 후속에 가깝다.

종전 제품과 무엇이 다른가. 좋아진 점은 사용하기 편하고 안정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나 스캐너 등에 대한 지원이 강화돼 이전(윈도98·윈도미)처럼 다운되는 일은 줄었다. 부팅 속도도 많이 빨라졌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각종 프로그램과 인터넷 서비스들이 내장돼 있다는 점이다. 일반·이동전화와 통화할 수 있는 인터넷폰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스턴트 메신저(IM)나 동영상·DVD·음악 등을 보고 들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도 탑재돼 있다. 디지털 사진을 인터넷에 직접 올리고 인화할 수 있는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온라인 인증(online passport)' 절차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달라진 점. 불법 사용자를 막기 위한 것이다. 윈도XP부터 MS제품은 설치된 이후에 50번만 사용할 수 있으며 계속 사용하려면 컴퓨터 내부 정보를 조합, 생성된 인스톨 번호와 제품 일련번호를 MS사에 등록해 확인 번호를 받아서 입력해야만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공유적 지적재산권 모임 이혁 씨는 "온라인 인증 절차는 개인 사용자 전체를 불법 사용자로 간주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PC사양은 어느 정도 되어야 하나. 윈도 전문사이트인 베타뉴스의 이직 대표는 "윈도XP를 제대로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800㎒급 이상의 펜티엄Ⅲ 프로세서와 256MB의 기본메모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하드디스크도 30GB 이상이 권장사양으로 추천됐다.

윈도XP의 권장 소비자가격은 일반 가정용 제품인 '홈 에디션'을 처음 사용하는 경우 27만원(부가가치세 별도), 업그레이드용은 14만원으로 이전 버전인 '윈도미'의 25만원과 13만원보다 조금 비싸다.

IT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윈도XP가 불황타개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PC업체들은 윈도XP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PC업계를 구해줄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삼보 등 PC업체들은 연중 최대 성수기인 11월부터 윈도XP 특수가 일어나 올해 시장 규모가 3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윈도XP를 탑재한 노트북PC인 '센스950'과 펜티엄4 프로세서가 장착된 데스크톱 PC 판매에 나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분기 PC 수요는 펜티엄4 프로세서와 함께 윈도XP 출시를 기다렸던 대기 수요자가 대부분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현재로서는 침체된 국내 PC시장을 살릴 수 있는 요인은 윈도XP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 박일환 상무는 "윈도XP의 영향으로 PC 판매가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 내 나진컴퓨터상우회 윤기병 회장은 "그 동안 주기적으로 발표된 운영체제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윈도XP를 새로운 제품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주문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PC월드 송일석 사장은 "문의는 꽤 오지만 실제로 윈도XP가 장착된 PC를 사려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윈도XP에 포함된 메신저·인터넷전화·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응용프로그램 때문에 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닷컴기업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은 "컴퓨터를 켜면 MSN메신저가 바로 작동되기 때문에 국내 회원의 이탈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며 "이같은 불공정행위에 강력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판단이다. 한국MS은 올해 전체 마케팅 예산의 30∼40%를 윈도XP에 쓰기로 하는 등 대대적인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품으로 ▷BMW320i(5400만원 상당) ▷펜티엄Ⅲ 노트북 ▷펜티엄4 데스크톱 등까지 내걸었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조용하다. 성능에 대한 불확신과 고성능 PC의 필요성이 부담이 되고 있다.

윈도XP가 윈도95처럼 '대박'이 될지 아니면 윈도미처럼 '쪽박'이 될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 이뤄지면 침체된 IT시장에도 봄바람이 일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 2001/11/06>ⓒ 2001 OhmyNews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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