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우 파일 142]

콩닥!, 콩닥! 가슴으로 마음이 느껴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마음은 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중앙대 의대 흉부의학과 손동섭 교수는 ‘심장은 그냥 심근뿐’이라고 말한다. 그의 경험담이다.

“아직도 기억하는 것은 처음 심장 수술 조수로 들어가 심장을 만졌을 때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생명의 원천이고 그 변덕스러운 마음의 조정자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레지던트 4년 동안 500여예의 심장을 보고 난 다음 나에게 심장은 그냥 하나의 심근 즉 심장 근육덩어리로 보이고 그 안에는 마음과 연결지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요즈음은 흉부외과 영역에서 심장외 즉 폐장등을 수술하는 의사로 지내면서 수술시 인턴이나 학생들에게 심장을 만져보라 한다. 그러면 그 느낌이 평생 그 학생의 뇌리에 아로새겨져 의사로서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장은 마음을 만들지는 않지만 인간을 생존하게 하는 생명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은 상기와 같이 심장이 아니라 뇌에서 나온다. 뇌에서 유전자와 후천 정보에 의해 만들어 진다. 유전자는 부모에서 자식으로 물려지는 특징, 즉 형질을 만들어 내는 인자로 유전 정보의 단위이다. 이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적인 개념으로 하드디스크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과 같은 것이다. 이 하드디스크처럼 유전자를 구성하는 물질 자체는 DNA가 된다. 유전자는 DNA를 복제함으로써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핵에는 개개인의 특성을 결정하는 유전자들이 들어 있는 염색체가 모두 23쌍 있다. 이 중 한 쌍은 남녀를 결정하는 성염색체로 여성은 2개의 X염색체, 남자는 X염색체와 Y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유전자는 생식 세포를 통해 부모로 부터 전달받은 유전정보이다.

유전정보는 인류의 선사와 역사 시대를 통해 자연선태(생존), 성선택(번식), 환경적응(적응) 등에 의해 적자만이 남아 진화에 진화를 거듭, 특정적인 형질을 후손에 전달한다. 이를 통해 마음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앞서 장구하게 기술한 진화심리학에 대한 설명이나 성선택이 자연선택보다 마음의 진화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의 번식도 유전자를 존속시키기 위해 프로그램된 행동일뿐이라고 주장한다. 생명체는 죽지만 유전자는 번식을 통해 계속 지구상에 살아남는다. 가족 사랑도 마찬가지다. 유전자는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들을 되도록 많이 남기기 위해 가족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즉 유전자는 자신이 어느 몸을 빌려 있던간에 자신의 생존에만 신경을 쓰는 이기적인 존재다. 생명체는 자신의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까지 말한다.

게리 마커스는 이보다 한 술 더떠 유전자가 인간의 마음까지도 만들어 낸다고 주장한다. 그는 유전자가 인간 육체의 여러 특질들, 예를 들면 키, 피부의 색깔, 얼굴의 형태 등을 결정하는 것과 같이 인간의 마음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마음은 뇌에 의해 만들어지며 뇌는 바로 유전자의 발현에 의해 형성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도 어쩔 수 없는 하나의 생명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사전 배선’과 ‘재배선’이라는 개념을 통해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유전자는 뇌의 ‘사전 배선’에만 영향을 미칠 뿐이며 인간의 경험과 의지가 이를 ‘재배선’한다고 말이다. 즉 유전자는 뇌와 신경계의 ‘사전배선’을 통해 인간에게 고유한 학습능력, 언어능력, 인지능력 등을 부여하고 인간은 후천적 학습(즉, 뇌의 ‘재배선’과정)을 통해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한다는 것이다.

매트 리들리는 이타적 유전자를 통해 미처 다하지 못한 ‘인간을 위한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완성해냈다. 이기적인 인간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어 상호협력이나 호혜주의를 하는 이유를 진화생물학과 게임이론을 이용해 설명했다. 이기적인 인간들이 사회에서 상호협력이나 호혜주의를 하는 것은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은 유전자가 있어 심신과 남녀의 구분이 생기고 신체 속에 뇌가 존재, 거기서 마음이 형성되고 행동하게 한다.

반면 후천정보는 유전 정보와 달리 성질, 체질, 질환 따위와 관련, 태어난 뒤에 여러 가지 경험이나 지식에 의해 지니게 된 정보로 신체를 통해 수시로 들어온다. 이들 정보는 뇌에서 처리되고 뇌에 보관된다. 이 정보가 마음이 된다. ‘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나의 뇌가 따뜻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나의 뇌가 외부자극에 대해 반응할 때 상대방이 따뜻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나의 뇌가 기존의 정보를 바탕으로 혀를 포함한 내 몸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명령하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한 특정 개인의 뇌가 가지고 있는 정보 속에서만 행동하도록 프로그램화돼 있다. 이런 정보들은 뇌에서 마음이 될 재료들이다. 사람과 같이 뇌가 있는 동물도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말로 마음을 표현하지만 동물은 울음소리로 마음을 나타낸다. 발정기 수놈을 부르는 암놈의 울음소리는 애절하다.


마음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개념화하는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이 컴퓨터이다. 컴퓨터는 한 마디로 말해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다. 단순히 숫자 계산기에 지나지 않던 컴퓨터가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은 인간의 마음을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인지과학과 함께 서로 맞물려 발전돼 온 것이다. 현재의 정보과학적 의미의 컴퓨터과학이 먼저 완전히 형성되고, 인지주의가 그것을 본따 다음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함께 서로의 아이디어를 자극하고 형성된 것이며, 따라서 둘을 별개로 나눠 생각할 수 없다. 컴퓨터과학에서의 정보, 정보처리, 정보처리시스템, 컴퓨테이션의 개념은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주의 형성 과정, 발전 과정에서 컴퓨터과학자, 수학자, 논리학자, 심리학자, 언어학자, 신경과학자, 인공뇌학자 등이 서로 생각을 주고받고, 가다듬으면서 생겨난 것이다. 컴퓨터과학 자체가 처음부터 디지털 컴퓨터, 디지털 사회, 정보화 사회를 가져다 준 것이라기보다는 정보처리적 패러다임의 인지주의의 이론과 개념의 형성과 맞물려 정보, 정보화사회, 정보처리시스템으로서의 컴퓨터 등의 개념이 형성되고 발전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기에 인지과학은 컴퓨터과학의 이론적, 개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인지과학의 기초 없이는 오늘 날의 컴퓨터과학은 출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과학이 전제하는 다른 중요한 핵심적인 한 생각은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가 (하드웨어는 다르지만) 정보처리라는 공통적인 원리를 구현하는 정보처리 시스템이라는 생각이었다.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를 동류의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컴퓨터와 마음 사이의 유추가 가능해졌고 마음을 컴퓨터에 유추하는 은유가 인지과학의 핵심적 은유로써 생겨난 것이다.

물론 생물체인 인간의 마음과 무생물체인 컴퓨터의 작동과정을 동일한 원리로 간주하는 것의 한계는 있다. 태어나고 발달하며 생명을 갖고 활동을 하고 정서를 지니고 있고, 결국은 생물적으로 죽음을 맞게 되는 인간과 무생물인 컴퓨터는 그 하드웨어 본질 상 다른 실체인 것이다. 생명체인 생물로서의 인간의 특성이 정보처리 시스템으로서의 마음을 개념화 하는 데에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돼질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후에 인지과학과 컴퓨터과학에서 (생명체의 하드웨어인) 뇌와 신경계를 기초로 한 이론인 신경망 이론이 나오고, 또 신경과학과의 연결이 이뤄진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컴퓨터를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는 인지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마음의 물리적 구현체인 두뇌를 또한 정보처리시스템으로 보는 것이다. 따라서 마음, 뇌, 컴퓨터 모두를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보는 ‘정보처리적 관점’에 묶이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수태 후(자궁 속에서) 6~8주 내에 컴퓨터처럼 구조화된다. 기본 운영체제가 깔리고 몇 가지 프로그램이 추가로 설치된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에 태어 날 때는 이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사전(事前)패키지의 컴퓨터(마음)를 갖고 태어난다. 이후엔 우리의 환경과 선생들은 데이터를 추가하고 호환가능한 프로그램을 삽입, 운영할 뿐 기본 운영체제와 회로는 변경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즉 우리가 태어날 때 이미 장래 선호사항과 성욕의 기본적 욕구는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작동원리를 알면 무형의 마음이 보인다. 컴퓨터는 전자회로를 이용, 자동적으로 계산이나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계로 입력자료를 받아들여 처리하고 그 정보를 저장하고 검색, 결과를 출력한다. 아날로그형과 디지털형이 있으나 지금은 디지털형만이 이용된다.

마음의 작동원리는 컴퓨터의 기본 구조 및 작동원리와 비슷하다. 컴퓨터 본체는 몸통이다. 중앙처리장치(CPU)는 뇌다. 운영체제(OS)는 몸 속의 유전자다. 전자회로는 신경계, 파워서플라이(전원 공급장치)는 심장이다. 특히 심장이 머지면 인체의 기능이 정지되듯이 컴퓨터도 전원이 차단되면 작동이 정지된다. 출력기관인 영상의 모니터는 얼굴, 스피커는 음성기관(말), 그림 및 도표와 문자를 출력하는 프린터는 의사를 글씨나 행동으로 나타내는 손과 발(사지)이다. 그러나 마음은 인체에서 주로 말로 표현되지만 컴퓨터에서는 아직 문자에 의해 표현된다. 프린터가 스피커를 대신해 그 역할을 한다. 입력기관인 키보드는 오감의 감각기관, 디스켓은 눈과 귀를 통해 다량의 지식을 습득하는 학교 교육이다. 그리고 컴퓨터의 냉풍기는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폐물을 내보내는 배설기관과 같다. 30년간 컴퓨터를 연구해온 전산공학도로서 느끼는 생각이다.

컴퓨터의 발달과정을 세대로 나누어 보면 제1세대는 진공관을 주요 소자(素子)로 하는 컴퓨터로 1950년부터 56~7년까지, 제2세대는 트랜지스터와 다이오드 등의 반도체 소자를 사용한 컴퓨터로 57년경부터 64년경까지, 제3세대는 집적회로(IC)를 사용한 컴퓨터로 65년경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제4세대 컴퓨터는 75년부터 최근까지로 고밀도집적회로(LSI 및 VLSI)를 사용하고 있다. 제5세대는 인공지능형으로서 현재 계속 연구 중이다.


마음은 뉴런과 시냅스의 활동이다.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와 이 신경세포의 말단에 있는 시냅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마음은 이 뉴런과 시냅스의 작용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는 다른 세포와 모양이 다르다. 신경세포 하나에는 핵을 가진 세포체, 긴 것은 1m가 넘는 1개의 축색돌기, 다른 신경세포를 향해 뻗은 1,000∼1만개의 수상돌기가 있다. 외부에서 자극이 들어오면 이 자극은 전기신호가 돼 신경세포의 수상돌기로 들어오고 이 신호는 세포체를 거쳐 축색돌기로 전달되며 이때 축색돌기 끝에 도달한 전기신호는 시냅스를 자극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시킨다. 이때 전기신호는 화학신호로 바뀐다. 이를 신경세포의 흥분이라고 한다.

신경전달물질은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끝에 있는 시냅스로 전달된다. 두 시냅스는 100만분의 2㎝ 떨어져 있다. 이렇게 전달된 신경전달물질은 전기신호로 바뀌어 세포체를 거쳐 축색돌기로 가서 시냅스를 자극하면 신경전달물질이 나오고, 이는 다른 신경세포의 수상돌기 시냅스로 전달해 전기신호가 되고, 또 계속 다른 신경세포로 전달된다. 이렇게 해 신경세포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신경세포는 이런 전기신호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마음을 구성하는 것은 신경세포들의 조화로운 상호간의 신호전달에 의한 것이고 이 신호전달은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이뤄진다. 마음이란 시냅스 간의 상호작용이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힘의 핵심도 뇌. 하지만 사람들은 로봇처럼 이성적 판단만 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때론 이성보다 감정에 따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왜 그럴까? 뇌 부위인 복내측 전전두피질(VMPC)이 감성적인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때문이다. VMPC가 손상된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감정이 없는’ 결정을 더 쉽게 내린다. 언어도 뇌에 의해 작동한다. 사람의 뇌에는 어휘사전, 그 어휘들이 지지하는 개념사전(정신사전), 그 개념들 사이의 관계를 전달하기 위한 어휘조합규칙집(정신문법)이 들어 있다. 이것이 언어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은 사고언어(정신어)로 사고한다. 하나의 언어를 안다는 것은 정신어를 단어열로, 단어열을 정신어로 번역하는 법을 안다는 것이다.

컴퓨터에도 인간에게 언어가 있듯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인공언어가 있다. 인간의 자연연어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프로그래밍언어 또는 컴퓨터언어라고 부른다. 자연언어는 인간의 커뮤니케이션과 표현의 도구이다.

프로그래밍언어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을 작성하기 위해 고안된 언어이다. 이 언어에는 기계어를 영문자의 기호로 치환한 어셈블리어, 이 보다 수준 높은 계산처리용으로 포트란·알골·코불, 보고서작성용으로 아르피지, 공학용으로 다이너모, 응용문제용으로 MPS와 그래프표시, 시분할계용 언어 등도 있다. 이중에 과학기술용 포트란, 상업용 코볼은 대표적인 제3세대 컴퓨터 언어로 1980년대까지 널리 활용됐지만 보다 사용하기 쉬운 제4세대 컴퓨터 언어의 출현으로 역사 속으로 밀려나고 있다.

요즘에도 초급 프로그램 개발에 많이 활용되는 제3세대 C언어는 프로그램 오류를 쉽게 발견하는 기능은 부족하지만 고수준 언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기술상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프로그래밍하기 쉬운 편리한 언어로 평가되고 있다. 프로그램을 간결하게 쓰기 위해 고안된 언어이다.

제4세대 언어는 거의 모든 전자자료처리(EDP)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범용언어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기계어(제1세대)에서 출발, 기호어(제2세대)와 포트란·코불 등의 컴파일러 언어(제3세대)를 거쳐 제4세대 언어로 이어지고 있다. 이 언어는 호칭에 비해 현물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아니고 언어라기보다는 일종의 범용 프로그램패키지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 ‘간이언어’도 일종의 제4세대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제4세대 언어는 기업 등의 EDPS가 큰 규모로 복잡해지고 경영환경이 급속히 변해 감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유지나 신규개발이 대량화돼 시스템개발의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인공지능의 개발로 이 프로그램의 개발에 사용되는 제5세대 인공지능 프로그래밍 언어도 등장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로 이 역할을 수행하는 컴퓨터를 인공지능컴퓨터라고 부른다. 인공지능언어는 강력한 리스트처리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립스, 프롤로그 등이 대표적인 그 언어이다. 인공지능언어는 인간의 자연언어에 접근해 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언어는 정교하게 설계된 생물학적 본능의 산물이다. 인간은 생물학, 의학, 심리학적으로 뇌가 인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몸이 있어 인간이 아니라 마음을 만드는 뇌가 있어 인간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뇌사한 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정신적 가치를 상실한 식물인간에 불과하다.


세계적인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는『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소소)에서 마음을 ‘역설계’하는 과정을 보여 주면서 자연선택에 의해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설명한다. 즉 마음은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식량을 채집하는 과정에서 특히 사물, 동물, 식물, 그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정복하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계한 기관들의 연산 체계다. 역설계란 대상을 분해하고 구조를 분석해 그 설계로 거꾸로 파악해가는 기법을 말한다. 핑커는 이 책에서 마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마음은 뇌의 활동인데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며 사고는 일종의 연산이다. 마음은 여러 개의 모듈 즉 마음 기관들로 구성돼 있으며, 각각의 모듈은 이 세계와의 특정한 상호작용을 전담하도록 진화한 특별한 설계를 가지고 있다. 모듈의 기본 논리는 우리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의해 지정된다. 이러한 모듈들의 작용은 인간의 진화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렵채집 시기에 자연선택이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발전시킨 것이다.”

마음을 추상적인 심리적인 현상이 아닌 과학적인 방법·추론·실험을 통해 이해하기 위해 도입된 이론이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다. 이 이론은 마음의 작동 방식을 정보처리장치로 설명한다. 입력장치, 기억장치, 중앙처리장치, 출력장치 등으로 구성된 컴퓨터처럼 인간의 마음도 이러한 기관들의 네트워크로 이해한다.

믿음과 욕구는 ‘정보’이고, 정보는 기호들의 배열로 구현된다. 기호는 컴퓨터 속의 칩이나 뇌 속의 뉴런처럼 특정한 물리적 상태를 띠고 있는 물질 조각들이다. 그것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것들을 상징한다. 존재물들은 우리의 감각기관을 통해 기호를 촉발하고, 일단 촉발된 기호는 존재물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기호를 구성하는 물질 조각들이 적절히 배열돼 다른 기호를 구성하는 물질 조각들과 충돌을 일으키면 한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은 그것과 논리적으로 연결된 다른 믿음의 새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고, 그것은 또 다른 믿음에 해당하는 기호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결국 한 기호를 구성하는 물질 조각들이 근육과 연결된 물질 조각들과 충돌을 일으켜서 행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계산주의 마음 이론은 행동에 대한 설명에 믿음과 욕구를 포함시키는 동시에 믿음과 욕구 자체를 물리적 세계에 포함시킨다. 그로 인해 의미는 원인이자 결과가 될 수 있다.


마음은 단일한 기관이 아니라 여러 기관으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로 각 기관은 심리적 기능 또는 마음 모듈로 간주할 수 있다. 마음을 설명하기 위해 언급되는 것들, 예를 들어 일반지능·문화형성 능력·범용 학습 전략들은 생물학에서의 원형질이나 물리학에서의 흙·공기·물·불과 동일한 길을 걸으며 사라질 것이다. 마음을 설명하는 이러한 고전적인 실체들에서 벗어나 마음 역시 진화한다는 것이 핑커의 주장이다.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 없으면 마음의 진화를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중략)… 인간의 사고와 행동도 아무리 섬세하고 융통성이 크다 해도 대단히 복잡한 프로그램의 산물일 수 있으며 또한 그 프로그램은 자연선택이 우리에게 부여한 것일 수 있다.”

진화심리학자들이 그리는 인간의 마음은 여러 모듈로 구성된 ‘스위스제 군용칼’이다. 스위스 군용칼에는 칼뿐만 아니라 병따개, 드라이버, 심지어 작은 톱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고유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독립된 도구들이 여럿 매달려 있다. 이런 구조적 특성 때문에 스위스 군용칼 비유는 인간의 마음이 준독립적인 여러 개의 모듈로 구성돼 있다는 진화심리학자들의 기본 주장을 잘 반영한다.

마음에 관한 많은 담론이 주위에 떠돌고 있다. 마음이라는 주제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주로 심리학에서 다루었으며 그 분석 대상이 너무도 복잡하고 미묘해 과학이라는 엄밀한 학문이 다룰 만한 것이 아니라고 간주했다. 20세기의 3대 회의주의자 중의 한 명인 프로이트, 미국의 심리학과 실용주의를 철학으로 끌어올린 윌리엄 제임스가 다루었던 마음도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이후 컴퓨터, 사이버네틱스, 정보이론, 뇌과학, 진화생물학이 새로운 이슈들을 제기하면서 마음이라는 주제는 과학적 연구 주제의 영역으로 들어와 있다. 21세기는 진학심리학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것도 돈과 권력과 명예가 아닌 인간의 원천에 있는 새로운 과학연구 주제인 그 마음이다. 마음을 사로 잡는 사람이 바로 세상을 움직인다.

<u-Corea포럼 회장 한재 신 충 우>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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