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우 파일 154]

- 모니터를 끄니 대화·운동을 하더라

프랑스의 한 초등학교가 'TV와 인터넷, 비디오게임 없는 날'을 실시한다. 독일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동부 도시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지젤바세르 초등학교는 '도전, 다르게 보기 위한 10일'이라는 제목으로 19일부터 10일간 TV와 인터넷, 비디오게임 등 일체의 화면을 안 보는 운동을 시범 실시한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보도했다.

이 '화면 안 보기' 운동은 이 지역 단체 '에코 콩세이'가 주도하는 것으로, 학교 측은 강제 시행 대신 6~11세의 전교생 259명이 방과 후 집에서 자율적으로 참여할 것을 유도한다.

대신 학교와 학부모들이 철저하게 사전 준비를 했다. 지난 몇 주간 아이들은 TV가 끼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수업 시간에 공부하고, TV나 비디오게임을 하지 않는 대신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것인지에 대한 목록도 작성했다. 또 부모들이 앞장서서 아이들이 방과 후 참가할 수 있는 스포츠 경기, 미술·음악 교실 등을 조직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내준 종이에, 매일 TV나 인터넷, 비디오게임을 켜지 않았다고 적어내면 1점씩 얻게 된다.

르 피가로는 '화면 안 보기' 운동의 취지는 가정에서 TV를 몰아내자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TV나 비디오 게임 대신 다르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TV나 비디오 게임으로 여가를 보내는 어린이들이 늘면서 이 같은 운동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하루 평균 3시간27분씩 TV 앞에 앉아 있고, 4~10세의 어린이들도 하루 2시간38분씩 TV를 본다. 프랑스 어린이 2명 중 1명꼴로 놀이 시간의 절반을 TV, 인터넷, 비디오게임 등 화면 앞에서 보낸다는 통계도 있다.

TV 안 보기 운동은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앞서 시행됐다. 캐나다인 자크 브로되르(Brodeur)는 2003년부터 80여 개 학교에서 이 운동을 벌이면서 아이들이 TV 시청이나 인터넷, 비디오 게임을 덜 하게 됐고, 가족들과 함께 지내고 운동을 하면서 학교 폭력이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었다.

<출처 : 조선일보 2008-05-20>

- TV 끼고 사는 대한민국

공무원인 이모(42·경기 수원)씨의 주말은 침대 위에서 TV를 켜는 것으로 시작된다. TV를 보다 졸리면 낮잠을 잔다. 초등학생인 두 딸에게 끌려나가다시피 해 놀이터에 잠깐 나가지만 이내 다시 TV 앞에 앉는다. 이씨는 “휴일이라고 가족과 뭘 해보려고 해도 마땅한 것이 없다”며 “아내에게 ‘TV를 끌어안고 산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서울 목동에 사는 김순영(44·가명)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직장과 학교에 가면 케이블TV 리모컨을 집는다. 지나간 드라마부터 오락 프로그램까지 채널을 돌려가며 본다. 5, 6시간은 넘기는 게 보통이다. 친구와 얘기할 때도 드라마 주인공이 소재다.

한국인이 TV에 빠져 있다. 2004년 7월, 주 5일 근무제 도입으로 여가 시간이 많아졌지만 대부분을 TV 앞에서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서베이리서치센터가 실시한 ‘2007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결과다. 조사는 지난해 6~8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45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여가활동은 ‘TV·DVD 시청(5점 만점에 4.6)’이었다. 그 다음은 ▶음악 듣기(3.7) ▶전화 수다(3.6) ▶인터넷·컴퓨터(3.4) ▶운동(3.3) ▶친구와 만남(3.2) 순이었다.

또 조사 대상들은 시간이 나면 자기 계발보다는 쉬는 쪽을 택하고 있다. 여가가 생기면 주로 휴식을 취하고(3.5) 자기 계발을 한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2.5점).

양종회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여가를 활용하는 방법에 익숙지 않다”며 “최근 젊은이를 중심으로 미술이나 뮤지컬·여행처럼 다양한 여가 활동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소수”라고 말했다.

◇여가가 오히려 스트레스=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원모(43·경기 용인)씨는 토요일이 와도 별로 즐겁지가 않다. 주5일제 초기에는 매주 차를 타고 교외로 나갔다. 원씨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나가기가 힘들다”며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은 놀러 가자고 조르지만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 역시 주말이면 TV 앞에서 시간을 보낸다.

원씨는 “가족이 바라는 걸 못 해 주는 스트레스에 TV를 보다 보면 오히려 몸이 더 피곤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현상에 대해 고동우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쉬는 데 급급하다 보니 능동적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인이 여가 활동을 하며 느끼는 만족도는 크게 낮다. 100점 만점에 53.4점이다. 가족 관계 만족도(76.8점)는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60.7점) ▶행복감(63점)은 높지 않게 나타났다. 소득 만족도는 45.7점으로 낮았다. 이런 분석은 통계청의 사회통계조사에서도 나타난다. 2000년 조사에서는 국민의 68.4%가 여가 활동이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했으나 그 비율이 2004년 72.7%, 2007년 78.4%로 높아졌다.

<출처 : 중앙일보 2008-05-20>

- [시론/오세열]어린이의 눈은 국가의 경쟁력

얼마 전 빛바랜 초등학교 졸업사진을 꺼내 보았다. 같이 졸업한 62명 중 안경을 낀 친구는 단 4명이었다. 초등학교를 3년 전에 졸업한 딸아이 졸업사진도 보았다. 같은 반 친구 39명 중 16명이 안경을 썼다. 30년 사이 근시나 난시 등 굴절 이상이 급증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초등학생의 근시 유병률은 1970년대 8∼15%, 1980년대 23%, 1990년대 38%, 그리고 2000년대에 46.2%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 조기 치료해야 정상회복 가능

최근 동아일보의 ‘우리 아이 시력 1.0 지키기’란 시리즈는 우리 사회에 어린이 눈 건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다.

시력은 생후 2, 3개월에 가장 빨리 발달하며 3∼5세에 0.5 정도에 이른다. 이후 8세까지 계속 발달해 정상 성인시력인 1.0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시력이 발달하지 못하면 약시가 된다. 약시는 조기에 치료하면 정상 시력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시기를 놓치면 영구히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근시의 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대체로 유전 및 환경 요인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부모 모두가 근시일 때 자녀의 근시 비율은, 부모 모두 근시가 아닌 자녀에 비해 6.4배나 높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근거리 작업을 들 수 있다. 책 읽기와 글쓰기, TV 시청, 컴퓨터 오락기 휴대용게임기 조작 등이다. 근거리 작업을 한다고 해서 근시가 발생하거나 진행된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다만 근거리 작업을 오래하면 근시가 진행된다는 보고는 많다. 따라서 책 읽기와 글쓰기 등 근거리 작업을 50분쯤 한 뒤에는 10분간 쉬는 게 좋다. 쉴 때 컴퓨터 및 게임은 금물이다. 휴식을 취할 때는 먼 곳을 바라보거나 교실 밖이나 집 밖에 나가서 노는 것이 좋다.

싱가포르는 근시 유병률이 높은 나라다. 한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고등학생의 80%가 근시나 난시로 안경을 착용한다고 한다. 싱가포르는 2001년에 국가근시예방프로그램(National Myopia Prevention Program)을 만들어 매년 국가적인 캠페인을 한다. 2006년의 캠페인이 비전 브레이크(Vision Break)였다. 30∼40분 학교수업을 한 후 5분간 눈을 쉬게 하는 것이다. 휴식시간에 단순히 눈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이 적힌 회전판 놀이를 통해 눈 건강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높여주고 흥미도 유발시켰다.

공부하는 자세, 조명, TV나 컴퓨터 모니터 위치나 거리 등도 눈 건강과 관련이 있다. 어린이 눈 건강을 위해 바른 자세로 공부하고, 조명은 간접조명으로 그림자가 지지 않게 해준다. 책은 30cm 떨어져서 읽고, 컴퓨터는 50cm, TV는 2m 이상 떨어져서 보게 하자.

* 공부자세-정기검진에 관심을

올해 3월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그 부모가 진료실을 찾았다. 그 부모는 아이가 칠판이나 모니터를 보지 않고 산만하다는 선생님의 말에 걱정이 여간 아니었다. 시력검사를 해보니 양안 모두 0.2였고 근시가 있었다. 안경 교정으로 시력은 양안 1.0이 됐다. 5월에 진료실을 다시 찾았는데 아이는 안경을 끼고 학교생활을 잘하며, 산만함도 없어졌다고 한다.

아이의 눈 건강을 위해 최소한 3세 때는 시력검사를 받는 게 좋다. 그 이후 매년 1, 2회 정기 검진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어린이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국가, 사회단체, 부모, 의사 등이 모두 어린이 눈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는 정보화 사회이다. 정보의 90% 이상을 눈으로 받아들인다. 어린이 눈 건강을 지키는 게 미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오세열 삼성서울병원 안과 전문의 성균관대 의대 교수

<출처 : 동아일보 2008-05-20>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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