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우 칼럼-41]

군사독재시절 태동, 기반구축

-한국정보통신기자협회 초대회장-

1987년 보통교육으로 전환

기자생활을 하며 1981년부터 정보통신분야를 담당, 컴퓨터 교육의 발전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컴퓨터 교육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태동, 전두환 .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 의해 획기적인 전환기를 맞으며 발전해 왔다. 컴퓨터 보급 및 확산에도 크게 기여, 컴퓨터 산업의 발전을 가져 오게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사독재시절 뿌리가 내려진 것이 우리나라 컴퓨터 교육의 특징이다.


학교 컴퓨터 교육의 출발

우리나라의 교육기관에 컴퓨터가 처음으로 도입된 것은 1969년. 이해 서강대학교 등 4개대학에 컴퓨터가 도입됨으로써 컴퓨터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 무렵 성균관대 EDPS 석사학위과정(1968년 3월)과 숭전대 전산학과(1970년 3월)가 개설됐다. EDPS로 성적표를 작성하고 음담패설(淫談悖說)을 EDPS로 묘사하던 이 시기에 필자도 대학에 재학 중이어 함께 할 수 있었다.

교육부(당시 문교부)는 1970년 7월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에서 전자 계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전자계산기 교육계획’을 수립했다. 이것이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컴퓨터 교육의 태동이다.

이 교육계획에 따라 교육부는 1971년 8월 문교부령 제 286호로 교육과정을 마련, ‘전자 계산 일반’을 필수 과목으로 지도하고 코볼 프로그래밍 등 4개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 서울 덕수상업고등학교에 1971년 KIST 단말기가, 1975년 서울시내 상업 고등학교 실습용으로 CDC 3100기종이 도입, 설치됐다.

또한 교육부는 1974년 12월 문교부령 제 350호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개정 고시, ‘기술’과목의 ‘마. 전자계산기’ 단원에 ‘(1) 전자 계산기 구성’과 ‘(2) 전자 계산기의 활용’을 포함시켜 컴퓨터 교육을 확대했다.

따라서 1970년대는 전자 계산기 교육에 의거, 상업학교를 중심으로 한 전산 기능 인력 양성 교육이 출발한 시기이나 컴퓨터 교육이 직업 전문 교육이 아닌 일반 보통 교육으로서 다루어 지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일반 보통 교육으로 학교 컴퓨터 교육이 확산된 것은 1980년대 부터이다. 정부는 1983년을 ‘정보산업의 해’로 지정하고 이해 국가 기간 전산망 기본 방침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전문 인력 양성 및 전산 교육 확대가 중요한 추진 내용으로 부상했다. 1983년은 우리나라에 컴퓨터산업이 생성된 원년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처는 1983년 교육용 컴퓨터 보급계획을 마련, 전국의 상업고등학교 90개교에 교당 30대씩 모두 2천700대의 개인용 컴퓨터(PC)를 보급하고 초 .중 .일반계 고등학교에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도록 권장했다. 이 때 처음으로 국내에 PC라는 말이 사용됐다.

그러나, 당시 컴퓨터 교육 과정이 미흡하고, 전담교사 및 교육용 소프트웨어 미흡으로 학교 교육 발전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 2차적으로 16 비트 국민 보급형 퍼스널 컴퓨터 개발을 위해 컴퓨터연구조합이 주관하여 회원사인 한국상역, 희망전자등 8개 업체가 참여해 한글기능, 가격 및 성능면에서 우수한 국산 PC를 생산해, 현재의 교육용 컴퓨터 뿐만 아니라 행정 .사무용 PC 초기 모델로써 꾸준히 보급되었다.

교육부는 이어 1984년 상업고등학교에 정보처리과를, 공업고등학교에 정보기술과를 설치했다. 일반계 고등학교의 교과에는 ‘산업기술’의 ‘전자 계산기’ 단원에 약 50쪽 분량으로 ‘가) 전자 계산기의 개요’와 ‘나) 전자 계산기의 응용’을, ‘수학1’에 ‘순서도’ 내용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중학교 ‘기술’ 과목에는 컴퓨터를 간략하게 언급했다.

이러한 기초 위에 정부의 ‘국가 전산망 사업’의 추진, 교육개혁심의회의 활동, 국내 컴퓨터산업의 발전 및 사회 각계의 요구, 세계 각국의 컴퓨터 교육 강화 등의 요인이 가세하여 컴퓨터 교육은 일반 보통 교육으로서 도입 . 확대되는 길을 걷게 됐다.

이 당시 교육개혁심의회는 ‘교육 개혁 종합 구상(1987)’이라는 최종 보고서에서 학교 컴퓨터 교육 도입의 필요성을 (1) 초 중등 학교의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 (2) 과학 기술 교육의 진흥, (3) 미래 정보화 사회 대비 차원에서 정당화했다.교육개혁심의회가 컴퓨터 교육의 도입 . 확대를 제시한 배경에는 당시 미국, 일본, 소련 등의 교육 개혁에서 나타난 컴퓨터 교육의 도입 . 확대라는 국제적 여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통교육으로서의 컴퓨터 교육

보통교육으로서의 본격적인 컴퓨터 교육은 1987년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컴퓨터 교육 지원계획’으로부터 시작됐다.

1987년 5월 전두환 대동령이 손재석 교육부(당시 문교부)장관과 시 . 도 교육감을 초청한 오찬모임에서 컴퓨터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 계획 수립의 계기가 됐다. 김찬제 교육부차관의 지시를 받은 이기호 과학교육과장을 중심으로 김영학 연구사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정택희 . 이남호 . 손병길 연구원 등이 참여, 6개월간의 노력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적인 컴퓨터 교육을 지원하고 추진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됐다.

이때부터 교육용컴퓨터 표준도 8비트컴퓨터에서 16비트로 변경됐다. 국가전산망 조정위원회가 각 학교에 보급되는 교육용 컴퓨터를 행정전산망용 표준기기와 호환되는 기종으로 기본사양을 확정함에 따라 문교부가 학교 컴퓨터 교육지원계획을 발표하면서 16비트 컴퓨터를 초 . 중 . 고등학교의 교육용 컴퓨터 표준사양으로 확정 하게 되었다.

이 컴퓨터 교육 강화 방안은 학교 컴퓨터 교육 강화의 목적을 정보화 사회 조기 진입과 발전을 위해 학교 컴퓨터 활용이 보편화된 학교 사회를 이룩해야 한다고 보고, 실천의 기본 방향으로 컴퓨터 교육의 기회 확대, 컴퓨터를 이용하는 학습 방법의 확대, 학교 사무 전산화를 제시했다.

이 방안에 따라 보통교육으로 컴퓨터 교육을 추진하기 위한 교육용 컴퓨터 보급, 교육용 스프트웨어 개발 . 보급, 교원 연수, 시설 . 설비 지원, 행 . 재정 지원 사업등이 구체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특히 이 계획에는 학교 컴퓨터 교육의 목표를 학교 급별로 정리하고 이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필요한 컴퓨터 교육환경을 학교가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각종 사업도 담고 있다.

이 계획은 1차로 1996년을 목표 시점으로 하여 학교에 컴퓨터 교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적, 물적,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 것으로 사회 변화와 기술발전, 국가 차원의 정책 변화에 따라 계속 보완 . 수정되었다.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으로 전환

학교 컴퓨터 교육은 2002년을 기점으로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으로 전환됐다.

교육부는 200년 2월 기존의 컴퓨터 교육과정을 보완, 정보통신기술 교육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은 종전과 같이 보통 교과로서의 정보통신기술 소양 교육에,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교육을 추가했다. 정보통신기술 활용 능력의 신장은 이 두가지 교육 형태가 상호 보완적으로 이루어질 때 가장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은 우리나라 교육 정보화의 새로운 변화를 상징하는 정책이다.

교육정보화 사업의 축은 크게 각 종 교육과 교육지원 활동의 정보화를 추진하는 것과 학생들의 정보통신기술 교육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학생들이 정보통신기술을 알고 활용할 수 있어야 교과 학습활동이나 학교 내 각 종 활동에 능률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정보화 사업이 다른 분야의 정보화 사업과 다른 특성을 보인다.

학생 정보통신기술 교육은 다시 정보통신기술 소양 교육과 정보통신기술 활용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 소양 교육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데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를 함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각 교과의 교수-학습 활동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교육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높인다.

정보통신기술 소양 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개 학년에 걸쳐 5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단계에서 배운 정보통신기술 관련 지식과 기능 등을 각 교과에서 활용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교육정보화 하드웨어 기반

학생실습용 PC는 2000년말 현재 9천320개교에, 43만1천981대가 보급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23만5천333대, 중학교 12만1천259대, 고등학교(인문고, 특수학교) 7만5천389대의 PC가 설치돼 있다. 교원용 PC는 2000년말 현재 34만1천495명의 교원에게 34만854대가 보급됐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13만9천521대, 중학교 9만1천25대, 고등학교(인문고, 특수학교, 실업고) 11만308대의 PC가 설치돼 있다. 초등학교에 보급된 1만3천716대는 교단 선진화로 보급된 PC이다. 학내 전산망은 2000년말 현재 1만64개교에 구축돼 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

1983년부터 교육용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되었지만 이용할 만한 코스웨어, 즉 교육용(학습용) 소프트웨어 부족으로 인해 실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는 첫째, 학생이 교사의 도움없이 컴퓨터를 이용해 보조학습을 할수 있어야 한다. 둘째, 학생과 컴퓨터의 대화기능, 학습자의 평가기능을 갖추어 학생의 교육효과를 높일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시 교육전문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KIST는 1981년 국내 처음으로 미국 일리노이스 대학에서 개발한 PLATO 시스템을 시범적으로 도입했었으나 이 시스템은 대형 컴퓨터를 기반으로한 학습시스템으로, 그 운용이나 비용면에서 사용자부담이 너무 커 대중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그후 과학기술처가 2000년대 과학기술 발전계획의 실행목표인 1가구 1단말기 보급계획을 추진하면서 이의 일환으로 가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이용한 교육시스템으로 ‘컴퓨터 가정교사 시스템’의 개발 보급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KIST 시스템공학센터는 특정연구과제로 1987년 5월부터 가정교사 시스템 개발(연구책임자 김문규)에 착수해 1차년도에 중학수학 코스웨어를, 2차년도에 중학과학을, 3차년도에 중학영어 코스웨어를 개발, 보급했으며, 현재의 e-러닝 교육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한 기반이 되었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발전해온 컴퓨터 교육은 전국민을 컴퓨터맨으로 무장시키고 컴퓨터 산업을 진흥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은 초등학교 학생에서 가정 주부에 이르기 까지 컴퓨터 이용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제는 사회의 모든 환경이 정보통신에 의해 움직여 짐으로 컴퓨터를 모르면 직장 생활은 물론 학생들의 숙제도 할 수 없다.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사회부 기자를 하다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해직이 되어 타의로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지만 20여년이 지나 지금 회고해 보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였다고 생각된다.

<IPAK 20년 기고문>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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