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충우 파일 267]

미국 애플과 우리 IT 기업들의 시장 가치를 한번 비교해 보자. 애플은 2011년 8월 11일 시가 총액 365조 원으로 미국 기업 중 1위에 올랐다. 지난 10년 새 40배나 올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을 다 합쳐도 애플의 1/3에 불과하다.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과 끌려가고 있는 기업과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을 관련업계에서는 TGiF라고 부른다. 트위터, 구글, 아이폰(애플), 페이스북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이들 모두 창의적인 젊은이들이 만든 벤처기업에서 출발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선도적인 벤처기업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일까?

CD로 듣던 음악을 디지털파일로 바꿔 음악 시장에 혁명을 일으킨 MP3 플레이어. 처음 상용화한 곳은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었다. 특히 2004년에는 전 세계 MP3 시장의 1/4을 휩쓸며 애플과 삼성전자를 압도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애플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을 대부분 빼앗기고 말았다. 무료 인터넷전화 기술이나 소셜네트워크라는 아이디어도 한국 기업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지만 얼마가지 못했다. 10년이 지나 열매를 거둔 곳은 스카이프,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미국 기업들이다. 원천기술을 세계시장으로 확산시켜주는 자금과 영업력 등 사회적 기반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처럼 벤처기업을 키워내는 시스템이 없고 인력과 자본을 몇몇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현실에서 창의적인 벤처가 설 땅은 없다.

애플과 구글 등 스마트 혁명을 주도하는 기업의 힘은 강력한 소프트웨어에서 비롯되지만 한국 기업은, 반도체나 휴대전화는 잘 만드는데 비해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은 열악하다.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비중은 불과 1.8%. 그나마 70%는 대기업 내부거래 물량이다. 6,000여 개 국내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하청에만 매달리는 실정이어서 독자 소프트웨어 개발은 부진하다. 시장을 지배하는 대기업들도 연구개발에는 소홀해 삼성SDS의 R&D 규모가 안철수연구소의 4분의 1에 불과할 정도이다. IT강국 코리아가 상기와 같이 추락하고 있는데도 현대건설 현장소장 출신인 이명박 정부는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를 없애고 투자가치가 없는 4대강 정비에 몰두하고 있다. <한재>

Posted by 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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