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도메인 kr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자국 인터넷 도메인 확산에 열을 올리는 등 사실상 사이버 영토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 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2단계 체계 도입 서둘러야=현재 우리나라 국가 도메인 체계는 'mk.co.kr'(매일 경제홈페이지)와 같이 3단계로 돼 있다. 도메인업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kr' 확산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현재 3단계 도메인 체계를 2단계로 바꿔야 한다고 주 장한다. 즉 'co.kr'나 'or.kr'가 아닌 'kr'만으로도 도메인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인터넷 사용자들은 짧고 간결한 것을 요구한다"며 특히 'kr'는 ' com'이나 'net'에 비해 후발 주자로서 인지도 등 여러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2 단계 도메인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2단계 체계 도입이 대세다. 2005년 10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80%가 2단계 체계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3단계 체계만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영국 등 6개 나라에 불과하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2001년 4월 과 2003년 3월에 2단계 체계로 전환하면서 국가 도메인 수가 크게 늘었다. 일본은 약 1.68배, 중국은 약 2.61배 증가했다.
◆ 도메인 등록비 내려야=국내 도메인 이용 기업이나 단체가 가장 불만을 토로하 고 있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메인 등록비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com' 'net' 등록비용은 국내 도메인 대행업체를 이용할 때 연 평균 8~9달러다. 외국계 레 지스트라는 6.5달러 정도를 받기도 한다.
이에 비해 'kr'를 등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1만5400원을 내야 한다. 전길남 카이스트 전자전산학과 교수는 " 'kr'를 국가 도메인으로서 정부가 확산시킬 의지가 있다면 정부 예산을 써서라도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도메인 등록비 인하는 국가 도메인 확산에 큰 몫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이다. 중국 국가도메인 'cn' 등록관리기관인 중국인터넷정보센터 왕언하이 본부장은 "도메인 수수료를 대폭 낮춘 것이 'cn' 도메인 활성화에 가장 큰 견인차였다"고 말했다.
◆ 외국인에게 순차 개방해야=24일 현재 'kr' 도메인 등록건수는 약 65만7000건이다. 2003년 60만건을 넘어선 후 사실상 정체 상태다. 정웅주 아이네임즈 팀장은 " 우리나라 사람이 꼭 등록해야 할 도메인들은 이미 대부분 등록한 상태"라며 " 'kr' 도메인 등록을 외국에서 한국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이미 외국인들에게 자국 도메인 등록을 허용해 톡톡히 효과를 봤다.
◆ 'kr' 인지도 제고해야=지난해 8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도메인 소비자 조사'에서도 도메인 선호도 면에서 'com'과 'net' 선호도는 63.6%인 데 비해 'kr' 는 36.4%에 지나지 않았다.
정혁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 'com'이나 'net'을 사용할 때 보안상 위험성이나 국부 유출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개별 기업으로서는 작은 부분이며, 마케팅 효과를 생각하면 당연히 지급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소극적인 'kr' 마케팅 정책을 폄으로써 'kr'와 'com'간 인지도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2004년 한국인터넷진흥원은 한국능률협회를 통해 컨설팅을 받았는데, 그때 인지도 1%를 올리는 데 2억원 정도 소요돼 'com'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50억~60억원이 소요 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연 매출액이 90억원 정도인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한국 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공기업이다 보니 마케팅 예산 자체가 편성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정통부 5년째 검토만= 정보통신부는 국가도메인 'kr' 2단계 체계 도입을 5년째 검토하고 있다. 그 동안 숱하게 공청회를 열었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0일 한국과학기술회관 소회의실에서도 또 한 번 공청회가 열렸다. 하 지만 정통부 방침은 여전히 '검토중'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통부 관계자는 "2단계 에 대한 정통부 산하 인터넷정책실무위원회가 상위 기구인 인터넷정책심의위원간 불일치에서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의견 불일치 배경에는 인터넷을 둘러싼 세대간 패권 싸움이 자리잡고 있 다. 정통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젊은 도메인 전문가는 2단계 도입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인터넷 1세대에 해당하는 전문가들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 는 것이다.
오해석 인터넷주소정책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기본 방향은 2단계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고, 현재 검토 기간은 3단계에서 2단계로 갈 때 발생하는 3단계와 중복 등 문 제를 최소화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전길남 카이스트 교수는 "일본이 나 중국 사례에 굳이 주목할 필요도 없고 시급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며 "반드시 필요한 네임스페이스(도메인을 등록할 수 있는 공간)를 확보하는 등 대책부터 마련 해 놓고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도메인 등록 공간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이다. 3단계 체계 유지를 고수하는 전문가들은 "앞으로 40~50년 뒤에 도메인을 등록할 공간이 없어지면 어떻 게 할 것이냐"고 역설한다.
이에 대해 2단계 체계 도입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지금 현재 'com'이나 'net' 등 국제 도메인이 8500만개가 넘은 상황에서도 도메인 개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